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김장은 논하다?

금년 12월 5일 우리나라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됬다 대부분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이 김장이야기를 쬐금 하려고 한다

 

 어렸을 적에 우리집은  어려웠다 해마다 추운 겨울이 오면 엄마는 김장걱정을 했다 11월달쯤 되면 "김장 해야 될텐데..."하며 은근히 걱정을 하는걸 자주 보아왔다 내가 보기는 어렵게 살아도 1~2번만 못하고 거의 한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는 없는 사람들 한겨울 반찬으로 김치 만한게 없다 당시는 지금보다 추위도 더 강했고 겨울도 길었다 한겨울 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것이 김치이다

 

엄마는 100포키씩 담았다 구루마에 배추를 가득싣고   길다란 무도 함께 싣고 왔다 그땐 내가 어려서 도와주지는 못했다 엄마는 그많은 배추를 어떻게 다듬고 절였는지 모른다 다듬은 기억은 못 본것 같고 여기저기 그릇에 꾹꾹눌러 소금뿌리고 물 붓는것 보았다

 하루나 이틀지나  새벽에 일어나 혼자 씼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엄마는  쬐그만 체구에 그걸 혼자서 절이고 씼으셨다  그땐 고무장갑도 없었다 추운데 어떻게 씼으셨을까! 수도도 없었는데

 

 요즘은 따듯한 집에서 10포기~20포기도 힘들다고 안하고 시켜먹는다 아니면 절인것 사다 양념만 한다 그래도 힘들다고 김장 하고나서 끙끙 앓는 사람들이다

 

우리언니도 보통 20포기한다 해마다 불러서 가면 다 씼어놓고 무채를 썰으라고 하고 그다음 양념발라서 넣으면 그만이다 20포기 가르면 큰것은 4개씩 나온다 언니, 나, 언니아들, 셋이서 부지런히 하면 오전중  밥 먹기전에 거의 끝난다 이랬었는데 재작년부터 딸이 절인배추로 담그라고 해 힘들게 사서 다듬는 일은 안하는데 올해는 아예 아들이 완제품을 사다 줬다


 그래서 나도 올해부터는 맛있는 것절이를 먹을 수 없게됬다  익은것보다 절여서  마~악 양념넣은 금방무친  것절이를 상당히 좋아한다 내가 거의 마늘깐것, 고추가루, 등을 사먹는데 김치만큼은 꼭꼭 해먹는다 한여름에 아무리 바뻐도 해먹는 이유는 내가 깔끔히 씼고 한다는것도 있지만 바로 이 것절이 때문이다 특히 열무는 다 먹을때까지 안익어야 한다 김치냉장고속에서도 익는다 그러면 지져먹는다 

 

언니네서  한통을 가져왔는데 아들이 하는말  "우리엄마 저래도 아마 몇포기 사다가 또 담을꺼야" 하더란다 말대로  언니는  며칠지나 6포기 사다가 다시 자기만의 김치를 담았다고 했다 형부가 사다먹는 김치는 거의 비슷해서 별로고 그옛날 고향에서 먹던 양념은 적게넣고  맛없는것 같아도 오래되면 먹을수록 은근한 재래식(?)김치가 먹고 싶다고 한다  많은양념 안하고 젓갈 같은것만 간단히 넣고 간만맞춰 담았다고 한다 이것은  언니의 시댁에서 담았던 김치일 것이다

 

그나저나 김장문화가 자꾸 멀어져간다 우리집도 그렇치만 같이모여 떠들며 둥그렇게 둘러안저 담던 모습들이 슬슬 사라져가는것 같다  김치냉장고가 나와서 아무때나 담고 많이도 안한다  하긴 나도 한번도 김장제대로 담은적없다 잘 담아야 4~5포긴데 이걸 담는데고 아주 힘들었다 배추 다듬도 절히고 씼고 양념준비 마늘까고 생강까고 파다듬고 하는것이 힘들었다

 

 엄마는 새벽에  혼자서 다 씼어놓고는 아침먹고 나면 동네엄마들이 각자 앞치마와 칼과 도마를 들고와 하나밖에 없는 방에서 하느라고 정신 없었다 엄마는 부엌으로 마당으로 왔다갔다 하시며 총지휘를 하셨다

 

무를 썰고 배추에 넣고 하는것은 동네엄마들이 했고 엄마는 양념을 나르고 얼만큼 넣으라고 하고 또 엄마들도 서로 간을 봐가며 "됐네  더 넣어야겠어 아니야 그정도면 돼"  누구네 딸은 내년 몇월에 치운다고, 흉도 보고 떠들어가며 배추속 길다란 노오란것  쭉 찠어  소를 얹저 고개를 젖히고 손으로 집어 넣던 모습들이 아련하다

 

글구 뭐니뭐니해도 김장날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점심먹는거다 춥지않게 아침부터 한쪽 솥에 물을 가득넣고 데워 방도 덥히고 더운물도 쓰고 ...점심으로는 것절이와  김, 된장국, 보통 생배추국에 오징어를 약간 썰어넣은것 아니면 콩나물국, 멸치볶음, 무슨나물,정도만 상에 놔도 휼륭한 점심이 됬다 밥은 언제나 하얀 쌀밥으로 지름하게 새로 지었다 그래서 난 김장보다 왁자지껄하며 점심을 뜨끈한 하얀쌀밥과 속대 먹는걸 기다렸다

 

요즘은 점심에 꼭 돼지삶은것을 내놓는다 것절이와 딱 어울린대나 ..나는 돼지고기 싫어하는데..

 

 나도 한쪽에 껴서 밥을 먹을때는 꼭 작은잔치 같은 분위기와 엄마의 상기된 얼굴이 보기 좋았다 말이 백포기지 얼마나 힘든건가  이런 김장를 하고나면 엄마는 올 한해도 걱정없이 보내는 겨울에 안심이 되곤했다  엄마도 어떤집에  김장을 해주고 한포기를 얻어오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아버지도 쌀가마니와 보리쌀 한두자루, 연탄을 부엌가득 쌓아놓으며 한숨 돌리는걸 자주 보아왔다

 

지금은 그전처럼 이웃을 불러 김장을 하는 것을 내가 도시서 살아서 그런지 보기 힘들다 뉴스에서 가끔 시골서 이웃들과 김장하는것을 보여주는 정도다 바쁘기도 하고 많이도 안담그고 완재품도 있고 맛벌이도 하고 ....여러이유가 있겠다  유네스코에선 한국고유의 김장문화를 인정하여 등재했다 참으로 잘됬다

 

 그 옛날 우리 앞집에서 김장할 때 팥칼국수를 해서 창문으로 내이름을 불러 먹으라고 주는데 그때 먹은 팥칼국수는  아주 최고의 맛이었다   그때 생각을 하며 팥칼국수는 먹는데  유명하다는데서 먹어도 그때 먹던 맛을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지금은 먹을게 흔해서 배고푼 줄 몰라서 그런것 같다 아직도  덕재네(앞집)엄마가 내준 한그릇의 팥칼국수와 것절이 주던  얼굴이 지금도 훤하게 떠오른다

------------

언니가 노란속대 골라 쭉쭉찠어 싱싱한 굴 가득, 참기름, 통깨 넉넉히넣고 금방 먹을거라며 설탕도 약간넣고  비빈 둘이 먹다 하나죽어도 모를 것절이를 이젠 어디가서 먹어볼런지.....난 솜씨가 없다

 

요즘 젊은사람들  김치를 제대로 담근줄 모른다고 한다 도시인심은 점점 야박해져간다 이웃들과 더불어 담그고 나누고 하는 이 아름다운 문화가 계속 이어졌음 좋겠다

 

한국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을 적어봅니다 (등록연도)

중국은 30건 일본은 22건 한국은 16건이다

 

1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      2 판소리(2003)                   3 강릉단오제(2005)

4 강강수월례(2009)                        5 남사당놀이(2009)             6 영산제(2009)  

7 제주 할머리당 영동 굿(2009)        8 처용무(2009)                    9 가곡(2010)

10 대목장(2010)                            11매사냥(2010)                   12 줄타기(2011)  

13 택견(2011)                               14 한산 모시짜기(2011)        15 아리랑(2012) 

16 김장문화(2013)

 

                                 

 

배추를 요렇게 절여놓고 준비~ ~땅

                             

 

돼지고기가 빠질 수 없죠 전 안먹는데 사람들은 아주 좋아해요

 

 

                               

 

먹음짐스럽습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로의 콘서트  (0) 2013.12.22
발달할수록 여자들은 바뻐진다  (0) 2013.12.22
안 부르기만 해봐라  (0) 2013.12.17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0) 2013.12.14
이빨 이야기  (0) 201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