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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머리가 결정한다

 아침부터 서둘러 머리하러 작정을 했다 파머는 시간이 걸리고 또 요즘은 기업화된 미용실도 있지만 동네의 조그만 미용실들은 대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한다

  예전에는 아무리 작았어도 심부름하고 쓸고 닦는 '시다'비스한 애들을 한명쯤 데리고 있었는데 요즘은 왼만한데는 무조건 혼자 다한다 미용실도 늘어났고 또 이 기술은  나이먹어도 써 먹을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럴줄 알았으면 나도 이기술을 배워 두는건데..

 

난 미용실을 한 군데만 안간다 아주 기가 막히게 하지 않는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싸고 잘하고 친절해야 되고(욕심이 많음) 실은 그런데 별로없다 알바할 때 시니어분이 아주 잘하며 값도 싸다고 어떤 미용실을 알려줘 가게됬다

 

그 안에는 가계를 칭찬하는 무슨 글이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 말하자면 이 '가계는 저렴한 가격으로 동네를 위한 ~~' 뭐라고 했다 오십대초반의 여자분이 하는데 그땐 한여름 이였다 역시 혼자이다 

 

노인들이 많이 오셨다 가만히보니  7~80대의 어른신들만 온다 와서 별의별 이야기를 한다  TV서 보면 시골의 미용실서 서로 밥도 먹고 안부도 물어보고 내집 안방처럼 이야기 하는걸 보았다 여기가 그정도는 아닌데 꽤나 시끌시끌한다

또 어른들의 특징이 귀가 어두워 목소리를 높혀 말을 한다  들어보면 하나같이 영양가(? 죄송) 없는 이야기들이다 하기사 그런데서 나라국정을 이야기할건가!  수출경제를 말할건가! 

 

 남자 어르신들은 좀 다르다 남자들은 국정을 이야기 한다 '국회의원 누구가 어떻고'   '담배가 빨리 떨어진다'  

'사회가 어떻고  나라 돌아가는 꼴봐라 ' '요즘 젊은 것들은 아예 어른을 몰라' .. 등....

 

할머니들은 주로 살림이야기와 아들 딸 며느리 손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대부분이 자랑이다 화가 난 노인들은 흉도 본다 화나서 머리하러 오는사람은 별로없다 암튼 이런데가 있어 각박하고 적적한 노인들이 이야기 하고 머리도 할겸 온다 근데 가만히 들어보면  이분들이 자주온다 한달에 한 번은 보통 오는것 같다 한번은 파머 한번은 염색이란다 

  

 살림 이야기는 먹을거리 즉 '뭐를 얼만큼 사왔는데 맛이 있니 없니!' '무슨 양념을 넣었더니 아주 맛이 좋고' 드라마 본 이야기도 한몫한다   요즘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혼자 누구하고 말하는가 또 손주 아들 며느리 같이 살아도 별말이 없는 요즘이다 그들끼리끼리 이야기한다 그러니 이런 미용실이 사랑방이 되 마구 쏟아놓는다 

 

근데 이걸 몇시간씩 듣고 있으려니 머리가 아프다 집이 가까우면 다녀가면 되는데 그렇치는 못하고,

첫날 갔는데 사람들이 많다 다른 미용실의 반값도 안되는 값을 받고 있다 난 쬐금 더 받는것 같다 분명히 얼마라고 정확히 듣고 갔는데 3000원 더 받는다  미용실은 어르신들에게 조금만 받고 써비스 하는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어른을 섬기려는 배려하는 맘이 아직은 있다 

오늘도 어느미용실이 잘하고 가격 저렴하고 해서 갔더니 머리를  컷트하고  "최하 얼마입니다" 한다 우리동네보다 비싸다 순간 위에서처럼 노인들은 덜 받고 일반인은 정해진 가격을 받는다는것을 깜박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갈수도 없고 그냥 하기로 했다

 

머리만 잘하면 좋다 머리칼이 아주 안좋아서 미용사들을 애먹이는 머리칼이다 숱도 없고 힘도 없고 조금만 실수하면 태워먹는  머리다 머리한번 태워보라 몇 달 내내 힘빠진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엉망이면 성당도 안간다(평일) 난 나의 기분을 자우하는것이 바로 헤어스타일이다 만날 부스스한 머리에 얼굴과 몸도 가날프고 힘없어 아퍼보이는데 헤어스타일마저 엉망이면 노숙자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꽤 쓴다 못생겨도 머리가 단정하면 전체적으로 괸찮다 다 차려입었는데 머리가 대머리라든가  힘도없이 축 처진 머리는 사람이 좀 그렇게 보인다 

 

오늘 가는걸로 그야말로 빠글빠글 지졌다 커트와 파머가 잘 나오면 매우 기분좋다  내 머리는 나의 하루 기분을 좌지우지 하는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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