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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나의 명절은...

명절이 지났다 오늘은 우리집 명절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집은 지금도 그렇치만 옛날에는 더 어려웠습니다  6.25 전쟁 끝난 후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페허가 된 마당에 우리뿐이 아닌 나라전체가 힘들었지요

 

제가 기억하는 명절 즉 '설과 추석' 은 그저 남들이 쇠니까 그저 그런가보다 다른때보다 쌀이 좀더 들어간 밥을 먹으며 반찬이 몇가지 더 있다는것  떡은 그다지 한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또 우리집은 요즘에 지내는 제사도 지내지 않으며 친척들이 오고가는 것도 없고 또 우리가 어디 가는것도 없습니다

 

제사는 저희가 종교를 가지고 있기에 안지냈고 (지금은 가톨릭교회서도 제사을 허용합니다 당시는 금물이였슴)

아버지가 남자형제없는 혼자만의 아들,  엄마도 남동생만 주루룩있는 혼자만의 딸, 친할아버지 할머니는 그 당시로선 먼 충청도 사셨고 외가의 증조들은 일찍 돌아가셨고  고모와 외삼춘들은 계셨지만 각기 가고 올때가 있어 당연히 안와도 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고향에 간다고 표를 사려고 서울역에서 자고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무렇치도 않게 들립니다 특히 교통전쟁이니 민족대이동이니 하는 말은  하나도 우리와는 관계없는 말로 들립니다 TV서 이런 뉴스 특히 차가 밀리고  부산 내려가는데 7시간 걸리고 하는 뉴스를 들으며 막내동생은 그럽니다  "우린 어디 갈데가 없어 생전 저런걸 몰라"  저도 이나이 먹도록  민족대이동 같은 실감을 아직 느껴본적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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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반찬을 뭘로하지" 하며 언니하고 둘이 나가 반찬거리를 사온적은 기억합니다 나도 따라 나간적 한번 딱 있습니다  추석때 콩나물을 씼으며  언니가 "매일 이렇게 먹는다면 얼마난 좋을까!" 그럽니다 지금 언니나 나나 우리나라 모두 당시 추석이나 명절때처럼 거의 먹다시피 해도 하나도 해피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떡을 잘 만들지는 않으셨습니다 물론 어려운 사정때문이죠  특히 가래떡은 한두번 하셨나 하고 송편은 몇번 빚은 적은 있지요  엄마가 익반죽을 해놓으면  언니와 나까지 둘러않아 만들엇는데 전 그때나 이때나 솜씨가 없어 적당히 만듭니다

 

 그래도 엄마는 아무소리 안하셨죠 왜? 어디 돌릴것도 아니고 돌려도 예쁘게 빚은것만 고르면 되고 사실 송편도 제가 몇개 못만듭니다 거의 엄마가 다 빚죠  난 팥은 좋은데 콩이나 다른것 넣은것은 별로여서  송편 고를 때 햇빛에 비추어서 거므스름하게 나타나면 그게 팥넣은 송편이라 골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디 세배나 인사갈때도 없어 세배할 줄 몰랐습니다 부모님도 우리들더라 세배하라는말 하지 않더라구요

그냥 식구끼리 모여 아침을 거나(?)하게 먹고 동네를 돌아다닙니다 친척들이 많은 집들은 바깥에서부터 왁자지껄 합니다 또 동네 있는집들은 설빔을 차려입고 자랑하기도 합니다 난 한번도 명절이라고 새옷을 입어본적 없습니다

 

교과서에선 '때때옷입고 떡국을 먹고 세배한다고' 하지만 우리집하고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날 하루만이라도  밥이 쌀밥이고 반찬이 보통때보다 몇가지 더있는것으로 항상 만족했습니다 용돈도 저는 모르고 살았거든요 당시는 아이들에게 그다지 용돈을 잘주지 않는 시대였지요 물론 있는집들은 주었겠지만 ....

 

지금처럼 당연히 용돈을 주고 하지는 잘하지 않은것으로 압니다  '설'때 아이들은 서로 부모로부터 돈을 얼마를 받았다고 자랑하고 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는것은 한 아이는 용돈을 받아 커다란 넙적한 녹두지지미 정도의 엿을 사서  두꺼운 점퍼속에 살짝 감춰놓고 계속 짤라먹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아마도 평소에 엿을 먹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우리 부모님이 어디 가면 오빠가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놀던 모습과 가래떡 빼오기 전 언니가 친구들하고 화토치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저 그날하루 잘먹었고 집안이 조용했던 것으로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며느리들이 시집에 가서 일할 생각으로  그날이 고역이라고 합니다 

또 모이면 싸움들도 했다고 하지요 괜히 필요없는 말을 끌어내서 상처주고 받고 한다고 올해는 서울시장 박원순씨가 절대 일가친족들 만나서 젊은사람들에게  '직장 진학 혼인' 문제는 꺼내지도 말라고 하셨다는데 정말로 맞는 말입니다 

 

 암튼 오랫만에 만나서 서로 상처주는 말은 제발 하지 맙시다      저의 명절이야기는 이렇게 끝

새롭게 시작하는 2월이 성큼 와버렸네요 곧 봄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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