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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부부싸움

오래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 아파트에서 있었던 부부싸움 이야기다 안 싸우고 사는 부부는 별로 없다고한다 아파트는 알다시피 공간이 협소하고 조금만 떠들어도 들리고 특히 부부싸움 거창하게 하면 옆 건물은 물론 앞동까지도 들린다  내가 사는 동은 자그만 평수라 귀밝은 사람은 잘 들린다 이 부부싸움을 일주일이 멀다하고 싸우는 부부가 우리동에 그것도 같은 층에 살았는데 첨에 마~악 입주하고는 싸우지 않았다 아이들은 전부 초등학생인 아들과 딸이 있다 젊은 가장은 일을 열심히 다니고 있고 젊은 부인은 전업주부이다

 

어느날부턴지 가장이 일을 안가고 있었다 아직 퇴직할 나이는 한참멀었고, 즉 무슨사연인지는 몰라도 한마디로 짤린것이다 나이는 젊었지만 이아저씨 내가 보건데 특별히 이렇다 할 그 무엇이 없어(?)보였다 

아이들은 어리고 먹고 살아야 되고 하니 부인이 식당에 나가서 일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부인은 젊고 예뻣다 그러나  순진하다고 해야되나 이 아줌아 착하기는 한데 눈치가 없고 말도 속을 다 드러낸다 흉이 되는건 좀 감추고 말을 해야하는데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지 어쩐지 있는 그대로 말한다

 

난 아저씨와 어떻게 결혼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술술 말한다 아저씨가 프로포츠하고 그러다 놓칠까봐몸으로 점찍어(?) 놨다가 결혼했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먼저 00부터하고 결혼한것이다 본인 입으로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하고 그런대로 잘살고 있다가 회사가 어려워져서 강퇴 당한 것이다

 

일하던 남자가 갑자기 쉬면 처음 한,두달은 그냥 흘러가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우울중 생기고 ....

부인이 일해서 먹고사니 남자입장에서 볼 때  좀 그렇다  식당가서 힘든일을 하는것이다 그러더니 퍽하면 부인을 뚜드려 패는것이다 그것도 아주 요란하게 살림을 부시며 남자의 눈에 살기를 띄우면 웃통을 벗어던지고 여자는 도망하고 난 그때 직장을 다녀서 주말에만 있는데도 가끔본다 옆집아주머니는 바로 옆에 사는데 부부가 너무 싸우고 또 초등학생 딸내미가 속을 썩히는지 모녀가 아침마다 싸워서 도대체 씨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 한다

 

싸우는 이부부는 아파트를 안살아봐서 남의 시선을 안본다 마구 떠들고 소리치고  자기네들 소음이 얼마나 이웃에 피해를 주는지 전혀 모르는것 같다

 

남자가 취직을 계속 못하고 있자 더욱 폭력성이 강해져서 이젠 이웃이 보는데도 복도 한복판에서 싸운다 내가 지나가는데  여자가 "누가 신고좀 해주세요" 한다  나는 가까운 파출소(지구대)에 신고를 했다 옆집 아주머니도 경비한테 전화걸어 심하게 부부쌈 하는데 어떻게 말려 좀 달라고 인터폰 했다고 한다

복도에 아저씨가 웃통을 벗어던지고 눈에는 살기를 띄고 여자는 속옷 메리야쓰가 너덜너덜 찟어진채로 어디로 도망가 버렸다

 

20분쯤 지나자 경찰이 왔다 그때는 이미 여자가 도망하고 남자혼자 방에 있었다 경찰 두명이 오기에 내가 평소 있었던 사실을 살짝 말하며 재발 그 남자좀 어떻게 처리하라고 했다 "매일 아파트가 떠나가라고 싸우니 이혼하게 만든다고 말해 주세요" 하니  이경찰 아저씨 "부부는 어떻게든 살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니 누가 진짜로 이혼하랬나  겁을 주게 말을 하라는것이지, 이 집은 가만보면 여자는  말은 그렇게 해도 착해서 그냥저냥 남의 일을 해가며  사는 스타일인데  남자는 꼴에 파랗게 젊었는데도 노동일도 안하고 펑펑 놀고만 있다  사십대 초반이면 어디가서든 일을 하는데 골라가며 안하는것이다

 

경찰은 방에 들어가고 난 경비실로 가서 일생일대의 말을 하고 있었다 별말은 아니었지만 그말 한마디가 그만 이부부를 평생 안싸우게 만든거였다 

당시 경비아저씨는 오십대로 보였고 성실하다 이분에게 가 " 저 아저씨! 이 사람들 이렇게 자주 싸우니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반회의를 해서 내쫒는 방법을  써야겠어요"   경비  "부부 싸운다고 어떻게  내쫒아요" 한다

내 말은 즉 부부망신을 주자는것이지 진짜로 내쫒자는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처럼 싸우는것이 아니라 이 부부는 싸움이 아니고 일대 전쟁처럼 아파트가 떠나가라고 요란뻑쩍하게 싸우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경고를 줄 수 있다 복도에서 사람들 다 보는데서 부인의 속옷을 벗겨가며 때리고 머리를 잡아채고 살림을 부수고 난리도 아니다

 

큰소리 치는것은 자주 들렸다 난 딱한번 때리는 현장을 그날 처음으로 본것이다 이건 사람들도 아니다 우리 부모님도 잘 싸웠지만 살림은 어쩌다 토막을 던지는 정도고 절대 엄마를  단 한번도 때리지 않았다 자주 싸워서 문제였던 것이다

 

 만약 내남편이 이렇다면 당장 이혼이다 절대 안산다 이 여자는 자기가 아침일찍 일어나 밥하고 도시락싸고 남편 놀아도 밥해먹이고  자기는 일나간다 남자가 논다고 집안일을 하는것도 아니다 펑펑 놀면서 심심하면 부인을 개패듯 패는 것이다 저녁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준비하고 남자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어쨌튼  그 부부는  그 후로 단 한번도 신기하게 안싸웠다 내쫒기는게 무서웠는지 어쨌는지...

경비도 이부부가 잘 싸우는걸 안다 우리동 사람들 거의 알고있다 경비아저씬 조용조용한 분이다 불러서 말을 했던  것이다 암튼 세월흘러 초등생이던 아들이 군대를 다녀와  지금은  거의 30이 다 되간다 

 

부인은 지금은 그만 골병들어 제대로 겉지도 못하고 노인처럼 사~알~살 발걸음을 디딘다 몇 년전부터 일을 안하고 침맞으며 살림만하고 아저씨는 노는지 어쩌는지 한참은 놀다가 지금은 잘 안보이고 아들딸이 벌어서 사는것 같다 그래도 자가용도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특히 남자는 회사 들어가면 제일먼저 하는것이 '차'를 사는것이다  어느날 내가 지나가는데 차속에서 남자가 보란듯이 "나 차도 있어" 뭐 이런시선으로 앉아 있는걸 보고서 "아이고 팔자도 좋다 펑펑 놀면서 차 몰면 좋으냐"

 

노는것이 습관되면 일하기는 싫어지고 노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된다 

이런것도 벌써 20년이 다 되간다

말이란  어느땐 독도 되고 이렇게 좋은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이 부부는  내가 경찰에 신고하고  이런 말을  했다는것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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