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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밤 줍기

10월 10일 월요일 언니하고 둘이 시골로 밤을 주으러 갔다  아는 지인이 그쪽으로 땅이 좀 있는데 밤나무도 있어 밤이 떨어져 있으니 그냥 주으란다

남서울서 타면 2시간이면 가는데...

언니네 집이 인천이라 인천터미널서 표를 끊어 출발했다 3시간정도 간다

 

 터미널 내려 밥을 먹었다 가려는곳은 그야말로 깡촌같은 10가구도 안살고 대중교통도 안들어가는 곳이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마이카들이 거의 있어서인지 도로는 잘 닦여있다

날도 서늘하고 시골일수록 추울것 같아  겨울추리닝 바지와 누비옷을 입고갔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장화로 갈아신고 푸대자루와 장갑을 끼고 산으로 갔다 밤송이들이 떨어져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주워간단다 그래도 툭툭 떨어진것도 많고 미쳐 까지 못한것들도 많다

 

한참을 줍는데 허리가 아프다 세사람이 각자 줍다보니 서로 흩어졌다 내가 제일 뒤쳐진다 나는 큰밤과 조금이라도 벌레먹거나 이상한것은 버렸다  얼마간 줍다 내려왔다  많이 줏어도 못들고 간다

밤은 꽤나 무게나간다  모여서 내려오는데 가만보니 내가 제일 적게 줏었다 지인은 정말로 커다란 푸대자루에 담아왔다

 

무게를 달으니 45키로정도 나간다 

앞마당에 펼쳐놓고 대략 고른다 서울까지 가려면 좀 가벼워야 한다

거의 쓰러져가는 농가를 들여다보고 집구경 방구경도 하고 장래 무엇을 할것인지 서로 주고 받았다

밤도 줍지만 실은 형부가 퇴직하고 집에서 놀아 시골로 가고싶어 한다 또 언니도 텃밭이야기를 자주한다

이런동네지만 넓은 밭들이 있어 시골살기를 좋아하면 그런대로 괜찮다 집은 이동식 주택으로 하고...

그래서 현장도 볼겸  겸사겸사 왔다

 

형부는 직장에서 오래전에 퇴직하고 바로 자그만 회사에 정규직은 아니어도 계속 몇년간 잘 다녔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다리가 아퍼 사직을 하고  수술을 하고 집에 있는 중인데,

 

남자들은 평생 일하다 갑자기 놀면 할 일이 없어   딱히 취미도 없어 더하다 술도 안먹고

텃밭이 있으면  물도 주러 나가고 땅도 고르고 풀도 뽑고 ....

 

요새는 거의 리모콘들고 요리조리 돌리며 드라마를 보는데 하도봐서 언제 어디서 무슨프로그램을

하는지 까지도 안다고 

새벽에 일어나는 시간이 있는데 어느날은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일어나기에 벌써 일어나냐고 물으니 그시간에 고대하던 드라마가 있단다  백수되면 별수 없다

 

나는 밤이 좋아하는 식품중에 하나다 왕밤을 삶아 가운데 쫙 가르고 커피숟깔로 파먹으면 된다

집에오자마자 밤을 깨끗히 씻어 베란다에 밤새 말리고 자루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다

밤도 맛이 어떤지 안 삶을수 없다 당장 냄비에 붓고 삶아서 먹으니 달다

밤 줍기는 내생전에 처음이다 떨어진것을 거의 줏는데도 허리아퍼 못줍는다

 

지인은 논도 빌려주고 밤나무 밤도 관리하라 했다 밤을 주어서 좀 보내달라 했더니 시간없어 못줍는다고한다 나는 산 몇발짝 안가서 적당히 주어왔는데 언니하고 지인은 위쪽으로 가서 마구주었다

시골일수록 자꾸 사람들이 빠져나가서 고민이라고 택시기사님이 말한다 여기도(00도시전체)  몇 백명이 떠났다고까지 말한다

 

 

 

 

 

하얗게 뵈는것은 내것이고 노란것은 80키로 쌀 가마니와 맞먹는 진짜 푸대자루다 빨간것은 장갑

 

밤송이들이 저절로 떨어졌는데 누가와서 많이 주어가고도 남았다

 

숟갈도 보인다

사진이 보기는 자루가 작아보이는데 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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