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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구절초 축제를 다녀와서

9월달에 정읍으로 꽃구경을 다녀왔다 오후는 고창도 다녀왔고

구절초 축제를 10월부터 하는데 미리 다녀왔다 대형버스 한대로 다녀왔는데 들판에 널려진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산국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난 사실 꽃을 잘 모른다

꽃을 보면 그냥 "아~ 예쁘다!" 정도이고 향기가 나면 코끝에다 향을 맡는 정도이다

 

구절초를 보면서 갑자기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지금도 허약하지만 난 어렸을때부터 많이 아프고 모자란 사람으로 태여났다

어떤날은 눈을 뜨니 그냥 누어있어 "엄마 나 학교(초등)가야 하는데 왜 누어있어?" 물으니 니가 몸살로 밤새 앓아 깨우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속을 썩혔다

 

구절초를 먹은 기억이 난다 익모초도 먹었다 확실하게는 지금도 모르지만 분명한것은 한약을 다려서 까만국물을 잘 들이켰다 한약은 두번다려 먹고 햇볕에 말리는데 심심하면 말리는중에 감초를 골라 먹었다 굉장히 달다 감초는 엄마가 알려줘서 알았다

엊그제 구절초 축제를 보면서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난다

구절초나 익모초는  어디서 구했는지 그냥 찧어서 먹은걸로 안다 사탕과 함께

우리집은 그때도 가난하게 살았는데 그 비싼 한약을 어떡게 마련했는지...

 

한의원이름도 지금까지 기억한다  '용한의원'인데 여기에 이름을 밝히는것은 의원장이 당시로서는 50대 후반의 분이었으니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였다

 

지금도 약을 달고 산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나 물건이나 쓴만큼 닳고 고장나기 마련이다 안그런 사람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이상한것은 멀정한 동생들과 오빠는 일찍 세상을 떴고 비실비실하는 나는 오래살고 있다

찌그렁 박아지 백년간다는 말이 있다 진짜 백살까지 살까봐 걱정이다

생명은 하늘이 주고 거둬간다고 한다

 

나는 아마도 비실거리면서  오래사는 팔자일지도

헌데 구절초를 보며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것은 어려서부터 한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중년이 되어서는 일을 해야 하기에 염소를 세마리나 먹고 인삼등을 먹었다

안먹으면 일을 못한다 

 

우리 고모 한분은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누가 인삼을 선물했는데 일단 고맙다고 받고 주의 사람에게 줬다고

이유는 인삼을 자주 먹으면 죽을 때 얼른 안죽고  자꾸 깨여난다는 것

죽을 때 얼른 숨이 넘어가야 당사자나 돌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것

죽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난 그다지 믿지 않는다

 

한편으론 그 이론이 맞는것 같기도 하고

우리집에서도 내가 하도아퍼 부모님 빼놓고 가장먼저 세상을 하직할 것으로 전부 알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불효를 했다 다행히도 나보다 부모님이 먼저 세상을 떠나 그 불효는 안했지만

지금도 언니는 꿈에 내가 몇번 보이면 전화온다 "자꾸 네가 보이는데 무슨일이 있었냐?"

 

무슨 일을 시키려고 이리도 긴 생명을 주셨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인류는 오래살아 죽지못해 고민하는 시대가 온다는 말도 들었다

지금은 한약도 다려놓고 팔아 그냥 먹으면 되지만 내가 어렸을때는 tv서처럼 하얀종이에 층층히 쌓아서 10개 이상씩 묶어서 팔았다  한제(劑)가 아마도 20첩으로 알고있다

구절초를 보며 어렸을 때의 내가 떠올라 몇자 써봤다  

 

 여러분? 모두모두 건강하세요

 

 한약먹으면 살찌나요? 누가 고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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