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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고 최은희씨 회상


영화배우였던 최은희씨가 16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장지는 안성추모공원

그녀는 알다시피 파란만장한 그야말로 영화같은 삶을 살았다

1954년 신상옥씨와 결혼하고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젊은 여자와 함께한 신감독에게 이혼장을 내밀고 살다 1978년 홍콩에서 북한공작원에게 납북됐다 얼마 안있어 신감독과 북한에서 둘은 만났다


난 이것이 지금까지도 궁금하다 신감독이 북한으로 남북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저자는 어린나이였다 혹시 세간이 하도 떠들어대니 차라리 북한으로 들어가지 않았는지 아니면 일부러 납북되어지려고 홍콩을 가지 않았는지 별의별 생각을 혼자하고 있었다 당시 젊은 배우와 한동안 아이를 낳고 살았기 때문이다

당시 여론에서 얼마나 떠들었는지 그때 신문을 봐서 알았고 같이살던 배우도 알기 때문


그건 그렇고

고인은 1926년 경기 광주에서 출생, 1942년 연극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영화에는 1947년 작 ‘새로운 맹서’로 얼굴을 알렸다. ‘마음의 고향’(1949), ‘무영탑’(1957), ‘성춘향’(1961),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등을 통해 스타로 떠올랐고, 1958년 작 ‘어느 여대생의 고백’으로 제1회 국산영화제(대종상 전신)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가 쪽머리를 하고 한복을 곱게 입고 있는 사진을 나는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중학교 때 담임이 그때 뭣때문인지 좋은 그림들을 사진도 된다며 한장씩 가져오란다 난 달력에 한복을 곱게입고  쪽머리를 하고 붓을 들고 글을 쓰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가져갔다

선생님이 보시더니 웃으신다 다른 얘들은 산수화를 가져오고 부모님의 사진을 가져온 사람도 있고

선생님이 웃으실 때 창피해서 혼났다 그런 나를 보며 선생님은 괜찮다며 다독여 주신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나서 지금은 영화를 가끔보지만 그때 영화 볼 나이도 아니고 어쨌튼 최은희씨가 나온 영화는 '성춘향' 한편과 티비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본것 밖에는 없다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했을 때 1986년 영화제 참석차였다 미국대사관을 통해 망명했다

북한의 김정일이 당시 두 부부를 잘 믿었기 때문에 외국까지 나가는것을 허락한것 같다 이후 미국에서 살다

1999년 조국 한국으로 귀국했다

당시 한국으로 와서 극적인 탈출을 말해주고  요즘으로 말하면 슬로우비디오처럼 이렇게 탈출하게 됬다고 말하는것을 봤다 정말로 영화같았다


그녀가 하늘나라로 가면서 부탁한 것이 있는데 노래 "난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틀어달라고 했단다

그녀는 절대 바보처럼 살지 않았다 다만 시대가 그랬고 운명이 그랬다 납치같은것은 언제 누가 당할지 모른다 그녀가 장례식장에 이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정말로 저 노래를 들을 사람은 그녀가 아니고 바로 나같은 별 볼일 없이 살다 가는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유서에다 죽었을 때 "난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부탁해야겠다


납북됐을 때 죽고싶었지만 신앙의 힘으로 버텼다고

확실하게는 난 모르지만 중국처녀에게 대세를 받고 정식으로 미국망명시절 1988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교황대사관 소성당에서 성 라자로마을 설립자 고 이경재(1926~1998) 신부에게서다

안양예술학교 교장시절 라자로마을 위문공연을 다니면서 이경재신부를 알게됬고 장기기증운동에도 동참했고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다(2010년 6월)


납북됐을 때  그녀에 대해 나온 작은 책자를 본적있다 그녀의 삶을 다룬 책인데 일찍 태여난 죄(?)로 매우 고생을 했다 그시절 모두가 그렇겠지만 유독 그녀는 그 이쁜 얼굴이 오히려 힘이 든적도 있다고 적혀있었다


나이들어 찍힌 사진을 보았는데 워낙 기본인물이 있어 그런지 아주 곱게 늙었다

그렇게 고생한사람 같지도 않았다(죄송합니다)

그녀가 하늘나라에서 편안한 생을 살도록 빌어줘야겠다


"주여 고 최은희(아기 예수의 데레사)씨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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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사진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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