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 입력 : 2020.06.20 12:17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자인 칼럼니스트 최지은씨 / 김기남 기자
“너도 아이 한 명 낳으면 좋을 텐데….”
2년 전, 둘째 아이를 안고 있던 언니가 말했다. 30여 년을 한집에서 살았다. 같은 방, 좁은 이부자리에서 부대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언니조차 내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칼럼니스트 최지은씨(40)는 그날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특별히 해본 적 없다. 대중문화 기자로 일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서른다섯에 결혼했다. 두 사람의 삶은 평온했고, 이대로 살기로 했다. 양가의 압력이 심하진 않았다. 간간이 “낳을 거면 서둘러야 한다”는 말을 주변으로부터 들었을 뿐이다.
언니의 말은 ‘내가 너무 중요한 걸 놓치고 있나’라는 화두를 되묻게 했다. 나같이 사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데 그들은 어떨지 궁금했다. 자라온 배경도, 사는 지역도, 하는 일도 다른 무자녀 기혼여성 17명을 만났다. 그들이 내준 삶의 이야기를 담아 책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썼다. 6월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최씨는 “세상에는 이런 삶이 있고, 우리는 이 삶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100%의 확신보다 흔들림에 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를 낳아야 할까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오는 건 ‘고민하는 것 자체가 낳아야 한다는 얘기’라는 반응들이에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와 별도로 일단 아이는 낳고, 나머지 고민은 알아서 잘 해소해보라는 식의 답을 듣게 되죠. 확고한 ‘딩크(DINK·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도 전혀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흔히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으며 산 사람이라고 상상하지만 저도, 제가 만난 분들도 그렇지 않았어요. 아이를 낳는다는 건 많은 변수와 얽혀 있는 문제이니까요.”
-왜 ‘무자녀’라는 선택은 끊임없이 의심과 간섭을 받을까요.
“다수가 선택하지 않는 삶의 방식은 대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한국사회가 동성커플에 대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거나 비난하는 것처럼요. 채식주의자에게도 이유 없는 반감이 심하죠. 조금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에게 다수는 ‘네가 완전무결한 존재인지 증명하라’고 요구해요. 아이 없이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는 ‘결국 누구 한 명이 바람을 피우더라’, ‘사실은 애를 못 낳는 거더라’, ‘몇 년 지나서 보니 낳았더라’와 같은 의심이 따라붙어요. 어쨌든 나의 삶이고, 우리의 삶이기 때문에 그 무결함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방에서 무자녀로 사는 여성도 만났죠.
“가족과 이웃이 가깝고 끈끈하게 연결될수록 정상성에서 벗어나려는 여성에 대한 압력은 훨씬 강해져요. 경북 ㄱ시에 사는 한 분은 번화가를 걷고 있으면 계속 아는 사람들과 만난대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고요. ‘서울에는 안 낳고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도 부모는 ‘말도 안 된다’고 하신대요. 그런 삶을 본 적이 없으니 정상이 아니라고 보는 거죠. 통영에 사는 분은 조선소 노동자 부인인데, 최소 둘에서 많으면 다섯까지도 낳는 ‘조선소 가족’ 문화 속에서 스스로 ‘내가 문제가 있나’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분이 느꼈을 외로움은 서울에 사는 저의 경험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거라고 봐요.”
-이름난 복지국가에 가도 낳지 않겠다는 분이 있는 반면 그곳에선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분도 있었어요.
“10년 뒤 이 책을 개정해서 내는 게 목표예요. 그때는 인터뷰한 분 중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분도 있을 수 있다고 봐요. 아이를 낳느냐와 낳지 않느냐, 0과 100 딱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수많은 위치에 사람들이 놓여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70에 있던 사람도 40으로 밀어내고, 30 정도인 사람은 5 정도로 아이를 낳아 키울 의지를 약화시키는 사회라는 거죠. 아이를 정말 사랑으로 키우는 사람도 이 사회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걸 굉장히 많이 이야기하니까요.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기쁨인 게 맞지만, 사회적으로 형벌을 내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잖아요.”
-형벌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일단 커리어에 타격이 크죠. 임신을 하면 공부든, 일이든 이어가기가 굉장히 힘들어져요. 그것을 고려하지 않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자주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임산부석에 앉았다고 여자를 때리는 사람이 존재하는 사회에선, 임신한 여성들이 불안과 불쾌함에 시달리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또 사람들은 이른바 ‘진상’ 부모와 버릇없는 아이에 대한 비난을, 심지어 이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조차 할 준비가 돼 있어요. 카페에 유모차를 밀고 들어가기만 해도 ‘왜 나왔어?’라는 듯한 날 선 시선을 느낀 경험을 한 엄마들이 많아요. 육아노동 자체가 힘든 일인데, 나도 상처를 받는 사람인데, 이 사회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 여성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사회가 여성에게 동기 부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어요. 여성이 겪는 차별과 모멸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겠죠.”
-17명의 여성을 만나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독자들이 어떤 메시지를 읽었으면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언니는 저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니었어요. 엄마가 말해보라고 해서 해본 거였죠(웃음). 별 뜻 없이 던진 한마디에서 출발해 무자녀 여성들을 만난 건 제가 갖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과정이었어요. 출간 전 온라인에 일부분을 공개했는데,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나는 아이가 넷이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여동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댓글을 다셨어요.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를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죠. 내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이 모두 아이를 싫어하거나 아이 있는 삶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요. 세상에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고, 이것이 결핍된 삶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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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안낳고 사는 시대가 도래한지 꽤 된것 같은게 여전히 사람들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도 나름대로 사는것 현재 시대는 아이하나 기르른데 얼마나 돈이 들고 부모희생하는지 그런것을 보고 자랐을것 물론 그런것 보고 자라서 그렀다는것은 아니다
남녀가 같이 일하는데 아이를 가지면 경단녀가 되고 사회에 뒤쳐지고 그것보단 독박육아, 노예인생,등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한다
아이가 없으면 따로놀고 바람피고 대화도 없어지고 늙어서 어떻게 하려는가? 하는 꼰대들의 말에 젊은 그들은 들은척도 안한다 그들 자유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자식한테 부양받는 시대는 갔다 자식이 있으나 없으나 부양은 없다 버려진 노인들 죄다 자식있는 사람들이다
힘들게 길러놓으니 저희들 살기도 바쁘다 부모들도 그걸알면서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만 하는줄로 안다
앞으로의 시대는 점점 취업하기 힘들것, 낳으면 알아서 살것이라고 지금도 그런 소릴하는 틀딱들 여전하다
말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혼자 살거나 딩크족으로 사는 사람들 이상한 눈으로 보지말라
태여나고 싶어서 태여난 사람없다 그냥 던져졌다 지금도 아무 생각없이 그냥 마구 낳는 사람들 있다 한국은 그래도 덜하다 저개발국가 아프리카 등 당장 내일 자신들도 먹을것이 없으면서 오늘 또 아이를 만든다
딩크족들은 말한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것은 배우자와의 관계이지 자식이 아니라는것 유교사상에 쩔어 반드시 후사를 남겨 그것도 아들을 낳아 자손을 잇고 제삿밥이라도 차려줄 자식이 필요하다고
난 한번도 제삿상에 죽은 귀신이 나와서 밥먹는것 못봤다
그 제삿상 아들들이 지낸다고 하는데 진짜로 힘드는것은 그집 조상하고 전혀 관계없는 며느리들만 죽어난다 현대의 여성들이 이걸 거부한다
아무리 경제적인 부문이 중요하다고 해도 가정의 행복에 우선하는것은 없고 그 우선이란 사이좋은 부부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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