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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다니면서 나름대로

어느 할머니의 말씀

수요일 오전진료 끝내고 고객휴게실에 가니 오전이라 그런지 자리가 좀있다 에어컨은 살짝만 틀어준다 

이사한 곳에서는 상당히 멀어 좀 힘들다 앉아쉬다 오려고 책을 찾아서 자리에 앉았는데 한자리건너 "여기 좀 않겠습니다"했더니  "네 그러세요" 

실은 그냥 앉아도 되지만 그냥 인사치례로 했던것인데 할머니가 자꾸 말을 시킨다

 

어디가 아퍼서 왔냐며 그렇다고 모른체 할 수도 없고 피부과 왔다고 했더니  자기아들이 여기 의사란다

무슨과냐고 물으니 00과란다 "아드님 잘 키우셨네요!" 했더니 흡족해 하며 자기이야기를 꺼내논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술술 잘도 내논다 

 

자기는 공주처럼 자랐다며 지금은 이렇게 늙었지만 집안이 잘 살아서 옛날에 사범학교를 나왔다고

고향은 거제도라며 김영삼 전 대통령도 거기고 그분의 아버지가 멸치어장을 가졌다는 말도 한다

김영삼 부친이 멸치어장을 가질정도니 김영삼씨는 일찌기 정계에 나가 가장 큰 꿈은 대통령이 된다는것을 거제도에서 부터도 떠돌아 다녔다며 서울가서 서울대 철학과를 나오고 일찌기 정계에 나갔다는 말도 한다

 

사범학교 나왔으면 선생님하셨겠네요 하니 옛날 사범학교는 지금의 고등학교 수준이었다고 

그분은 낼모래 곧 90살이 되신다 왜 대학교는 안갔냐고 물으니 그냥 공부가 싫었다며 오빠들은 전부 대학을 나았다고 한다 그분도 뒷목이 아퍼서 왔단다 

 

아래,위로 얼굴, 보니  그런것 같지 않아뵈는데 말하는것을 보니 정치 돌아가는것 옛날 유명인들을 꽤나 알고 있다

조금 있더니 장부되는분이 오는데 아내와 달리 이분은 인품이 있어보였고 교수스타일이다 

 

몇마디 아내에게 하더니 그분은 곧 다른데로 간다

"아저씨 상당히 잘생기고 멋쟁이시네요" 했더니 "뭐~ 별로" 하기에 바른말을 해줬다

"할머니보다 한참을 잘생겼네요" 해줬더니 자기도 지금 아프고 늙어서 그렇치 젊은날은 괜찮았다고

그러면서 별의별 말을 쏟아낸다 

 

노인들 기운없다는말 반은 뻥이다 말도 기운있어야 한다 기운없으면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못한다

이분 의자에 약간 삐닥하게 앉기는 했다만 그래도 말은 아주 잘한다 

그러면서 병원자랑도 한다 이병원이 거의 서울대출신이라며 

 

이말 저말 하는데 12시가 한참 넘었다 나도 슬슬 일어나려는데 

자기남편 안온다며 아무래도 아들하고 둘이 밥먹으러 간것 갔다고 

 

할머니는 자기가 약간의 치매끼도 있다는 말도한다 말하는것으로 봐선 제대로 하는데 아마도 약간씩 뭘 잊어버리거나 깜박하거나 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나도 잊어먹고 깜박하는데 그럼 나도 치매!

 

사람들이 나이들면서 가장 걱정하는것이 다름아닌 '치매'다 

약간의 치매는 별로지만 심해지면 타인을 힘들게 하는병이 치매다

 

그전에 프랑스 영화를 봤는데  지금 제목이 기억안난다 치매에 관한것이 나오는데 나이든 부부가 같이 사는데 70대 후반에서 80대초반의 부부인데 부인이 욕실에서 손을 씼고 수도를 안잠그고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차차로 심해지는데 ......

 

난 욕실의 불을 잘 안끈다 욕실문을 열어놓고 살아서 휜히 비쳐서 안다 다른데 불은 잘끄면서 이상하게 욕실을 자주 들랑거려서 그런가 불이 심심하면 켜져있다

컴푸터 방에서 한참 뭘하다 나가보면 훤하게 켜있다 욕실은 작아도 등이 두개단 된다 

 

물건은 또 얼마나 잘 잊어버리는지

그러면서 누가 내게 상처준말은 잊지 않는다 인간은 참 요상한 동물이다 

 

그건 그렇고

그 할머니 뒷목아퍼서 수건두르고 삐닥하게 앉아 있으면서도 말은 아주 청산유수처럼 한다 

살아온 날이 많고 경험도 많으니 할 말이 많은것, 더구나 80대 후반의 나이에 그렇게 배운분이 드물텐테 잘사는 부모덕에 공주처럼 자랐다고 하며 지금까지 큰 살림을 잘 안했단다 타인들이 죄다 했다고

병원에 대해서도 아주 잘안다 

 

그분이 나이가 많으니 남편은 말하지만 누가 말을 잘 시키지도 않고 하려고도 안한다

그것이 노인의 외로움에 덧칠을 하게한다  

나이들면 아무도 말 안시키고 또 들으려고도 안한다 나는 다른것은 못해도 타인의 말은 조금이라도 들어준다

비록 그말이 약간  뻥쳐서 하는말이라도 몇분이리도 들어준다

그래야 병이 조금이라도 나을것 같아서

 

헐머니가 길게 말을 하는것보니 체력은 강한것 

또하나  세월을 길게 살면 말이 많아진다는데 정말로 그렇다 나도 어느새 이웃들하고 지하철 앉아서 누가 

말시키면 대답해준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구는 그렇게 말한다 

늙으면 아래가 허해지는 대신 그 氣가 위로 올라와서 말이 많아진다고

 

그래도 그분은 아직 건강하고 남편도 멀쩡(?)하고 아들도 잘뒀고 사는것도 괜찮고 여러모로 부러웠다

 

"할머니 건강하시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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